1. 간경화의 단계, 왜 구분해야 할까?
간경화(의학적 명칭: 간경변증)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분들이 절망합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간경화는 다 같은 상태가 아닙니다.
간 기능이 아직 유지되는 대상성(Compensated) 단계와 기능이 무너진 비대상성(Decompensated) 단계로 명확히 나뉩니다.
이 두 단계의 생존율과 치료 전략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대상성 단계에서 잘 관리하면 건강인과 다름없는 수명을 누릴 수 있지만, 비대상성으로 넘어가면 간 이식을 고려해야 할 만큼 위급해집니다.
2. 대상성과 비대상성 간경화란?
간경변증은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흉터(섬유화)가 생겨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입니다. 이를 기능적 측면에서 두 가지로 분류합니다.

대상성 간경변증은 간의 일부가 굳었지만, 남아있는 정상 간세포들이 보상(Compensate) 작용을 하여 인체에 필요한 대사, 해독 기능을 무리 없이 수행하는 상태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반면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굳어진 부위가 너무 넓어 남아있는 간세포만으로는 기능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때부터 복수, 황달, 정맥류 출혈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쏟아져 나옵니다.
3. 초기와 말기를 가르는 5가지 핵심 기준
의료진은 주로 차일드-퓨(Child-Pugh) 점수 등을 활용해 단계를 나누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5가지 임상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상성 vs 비대상성 비교 분석표]
| 구분 기준 | 대상성 간경화 (초기~중기) | 비대상성 간경화 (말기 진행) |
| 1. 황달 (빌리루빈) | 눈 흰자가 맑고 피부색 정상 |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함 |
| 2. 복수 (알부민 저하) | 복부 팽만감 없음 | 배가 불러오고 다리가 부음 |
| 3. 정맥류 출혈 | 내시경 상 보일 수 있으나 출혈 드뭄 | 식도/위 정맥류가 터져 토혈 발생 |
| 4. 간성혼수 | 의식이 명료함 | 기억력 저하, 혼동, 심하면 혼수 |
| 5. 혈액 응고 | 멍이 잘 들지 않음 | 잇몸 출혈, 코피가 멈추지 않음 |
이 5가지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간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비대상성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4. 단계별 관리와 치료 전략
현재 상태에 따라 치료의 목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대상성 단계의 목표: 현상 유지 및 원인 제거
- 원인 치료: B형/C형 간염 항바이러스제 복용, 금주를 통해 간 손상을 멈춰야 합니다.
- 정기 검진: 6개월 간격의 초음파와 혈액검사(AFP)로 간암 발생을 감시합니다.
- 약물 주의: 진통제, 한약, 엑기스 등 간에 부담을 주는 약물을 철저히 배제합니다.
비대상성 단계의 목표: 합병증 관리 및 간 이식 고려
- 합병증 방어: 이뇨제로 복수를 조절하고, 베타차단제로 정맥류 출혈을 예방합니다.
- 변비 예방: 변비는 체내 암모니아 수치를 높여 간성혼수를 유발하므로 락툴로오스 등을 처방받아 배변을 원활히 해야 합니다.
- 간 이식 준비: 내과적 치료로 호전이 어렵다면 유일한 완치법인 간 이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5. 생존율과 예후 분석
이 두 단계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기대 수명 때문입니다.
- 효과와 통계: 대한간학회 자료에 따르면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비대상성으로 진행될 경우 5년 생존율은 50% 이하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 실제 사례: 50대 남성 C씨는 초기 간경화 진단을 받았지만 술을 끊지 않아 2년 만에 복수가 차는 비대상성으로 악화되었습니다. 반면, 같은 진단을 받은 D씨는 철저한 금주와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10년째 건강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대상성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생존의 열쇠임을 보여줍니다.
6. 추가 정보 및 유의사항

- 저염식의 생활화: 짠 음식은 복수를 악화시키는 주범입니다. 비대상성 환자는 하루 소금 섭취를 5g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 해산물 섭취 주의: 간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여름철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50%에 육박합니다. 날생선, 어패류 섭취는 피해야 합니다.
- 근육량 유지: 간은 에너지 저장소입니다. 간이 망가지면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쓰기 때문에,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가벼운 운동으로 근감소증을 막아야 예후가 좋습니다.
7. 자주 하는 질문 (FAQ)
Q1. 딱딱해진 간이 다시 부드러워질 수 있나요?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으나, 최근 연구 결과 초기(대상성) 단계에서 원인(술, 바이러스)을 완벽히 제거하면 섬유화가 일부 개선되어 간이 부드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Q2. 비대상성 환자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되나요?
아닙니다. 과거에는 간성혼수 우려로 단백질을 제한했으나, 최근에는 영양 결핍이 더 위험하다고 봅니다. 식물성 단백질(콩, 두부) 위주로 충분히 섭취하되, 혼수 증상이 있을 때만 의료진 지시에 따라 제한합니다.
Q3. 간 이식은 언제 해야 하나요?
복수 조절이 안 되거나, 간성혼수가 반복되고, 황달이 심해지는 등 내과적 치료가 한계에 도달했을 때(MELD 점수 기준) 이식을 진행합니다.
8. 출처 (Sources)
- 대한간학회 – 간경변증 진료 가이드라인
- 국가건강정보포털 – 간경변증의 단계와 관리
- 삼성서울병원 – 간경화 환자의 생활 수칙
-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 비대상성 간경변증
- 미국 국립보건원(NIH) – Liver Cirrhosis Over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