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불치병이다.”
오랫동안 우리는 이렇게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의 패러다임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완치(Cure)라는 단어 대신, 약을 끊고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상태인 관해(Remission)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췌장에 낀 기름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인슐린 공장(베타세포)이 사실은 기절해 있었을 뿐이라면? 오늘은 약 없이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의 조건, 트윈 사이클 가설과 췌장 지방 제거에 대해 심층 분석합니다.
1. 완치가 아니라 관해(Remission)인 이유
암 환자가 5년 동안 재발이 없으면 완치 판정을 받듯, 당뇨병도 약물 도움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는 상태를 관해라고 부릅니다. 이 개념은 단순한 관리와는 다릅니다.
| 구분 | 일반 관리 (Management) | 당뇨 관해 (Remission) | 완치 (Cure) |
| 약물 복용 | 필수 (지속적 복용) | 중단 (3개월 이상) | 영구 중단 |
| 당화혈색소 | 6.5% 미만 조절 목표 | 6.5% 미만 유지 | 정상 범위 유지 |
| 상태 의미 | 약으로 혈당을 누르는 상태 | 약 없이 몸 스스로 조절하는 상태 | 재발 가능성이 없는 상태 |
| 지속성 | 평생 관리 필요 | 체중 유지 시 지속됨 | (당뇨에서는 거의 쓰지 않음) |
이것은 병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 아닙니다. 관리가 소홀해져 다시 살이 찌면 언제든 당뇨는 돌아옵니다. 하지만 약의 부작용과 합병증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삶의 변화입니다.
2. 희망의 근거: 트윈 사이클 가설 (Twin Cycle Hypothesis)

영국 뉴캐슬 대학의 로이 테일러(Roy Taylor) 교수는 획기적인 실험(DiRECT Trial)을 통해 제2형 당뇨병의 원인을 규명했습니다.
- 간의 악순환: 탄수화물 과잉으로 간에 지방이 쌓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 췌장의 악순환: 간에서 넘친 지방이 췌장으로 흘러 들어가 베타세포를 질식시킵니다.
- 결과: 베타세포는 살기 위해 인슐린 분비 기능을 끄고 동면 상태(탈분화)에 들어갑니다.
즉, 베타세포는 죽은 게 아니라 지방 독성에 눌려 파업 중인 상태입니다. 이 지방만 걷어내면 다시 깨어날 수 있습니다.
3. 관해의 절대 조건: 골든타임과 15% 감량

모든 당뇨 환자가 관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성공 확률을 높이는 2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 골든타임 (6년 이내): 당뇨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될수록 유리합니다. 유병 기간이 10년이 넘어가면 베타세포가 영구적으로 손상되었을 확률이 높아 회복이 어렵습니다. (단, 10년 넘어도 성공한 사례는 존재합니다.)
- 마법의 숫자 15%: 현재 체중의 10~15%를 감량해야 합니다.
중요한 건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췌장과 간에 낀 이소성 지방을 태워 없애는 것입니다.
4. 어떻게 뺄 것인가? (초저열량 식단 vs 간헐적 단식)

췌장 지방은 피하지방보다 늦게 빠집니다. 아주 강력한 인슐린 휴식기가 필요합니다.
- 초저열량 식단 (LCD): 하루 800kcal 내외로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여, 몸이 강제로 내장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쓰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반드시 주치의 상담 필요)
- 간헐적 단식: 하루 16시간 이상 공복을 유지하여 인슐린 수치를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인슐린이 낮아야만 지방 분해 스위치가 켜집니다.
- 근육 호르몬 (마이오카인): 허벅지 근육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이 나와 췌장의 기능을 돕고 염증을 줄여줍니다.
5. 자주 하는 질문(FAQ)
Q1. 마른 당뇨인도 살을 빼야 하나요?
네, 그렇습니다. 마른 당뇨인은 겉보기엔 말랐어도 뱃속 장기에 지방이 낀 마른 비만일 확률이 높습니다. 혹은 개인 지방 한계점(Personal Fat Threshold)이 낮아 조금만 지방이 껴도 당뇨가 온 것입니다. 체중보다는 허리둘레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Q2. 약을 갑자기 끊어도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체중이 줄고 혈당이 안정화되는 것을 보면서 의사와 상의하에 약 용량을 서서히 줄여야 합니다. 자의적 중단은 고혈당 쇼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Q3. 관해 상태는 얼마나 지속되나요?
개인차가 있지만, 체중(지방량)을 유지하는 한 관해 상태는 지속됩니다. 반대로 요요 현상이 와서 다시 지방이 쌓이면 당뇨병도 즉시 재발합니다.
6. 출처
- The Lancet: DiRECT 연구 결과 – 일차 진료에서의 당뇨병 관해 (Primary care-led weight management for remission of type 2 diabetes)
- 미국당뇨병학회(ADA) 당뇨병 관해에 대한 합의 보고서 (Consensus Report: Definition and Interpretation of Remission)
- Diabetes Care: 제2형 당뇨병의 가역성 – 병인과 기전 (Reversibility of Type 2 Diabetes: Etiology and Mechanisms)
- 대한당뇨병학회 2023 진료지침 – 제2형 당뇨병의 예방 및 관리
- Newcastle University Magnetic Resonance Centre: 당뇨병 관해 연구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