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성 지방, 당뇨의 진짜 원인, 췌장 베타세포가 죽어가는 이유 3가지

“살이 찐 것도 아닌데 당뇨가 왔어요.”

한국형 당뇨(마른 당뇨)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하는 하소연입니다. 반대로 고도 비만인데도 혈당이 정상인 사람도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당뇨병을 결정지을까요?

범인은 단순히 뱃살(피하지방)이 아닙니다. 우리 몸속 장기 틈새, 심지어 췌장과 간 내부에 껴서는 안 될 곳에 낀 지방, 바로 이소성 지방(Ectopic Fat)입니다. 오늘은 인슐린이 왜 문을 안 열어주는지(저항성), 그리고 이 지방이 어떻게 인슐린 공장(베타세포)을 파괴하는지 그 기전을 파헤칩니다.

1. 인슐린 저항성: 열쇠가 고장 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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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밥(탄수화물)을 먹으면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관을 타고 세포 앞으로 갑니다. 이때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세포 문을 똑똑 두드리며(신호) “문 열어, 밥 왔다”라고 해야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 정상: 인슐린(열쇠)이 수용체(자물쇠)에 딱 맞아서 문이 열림 -> 혈당이 내려감.
  •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세포가 대꾸를 안 함(저항) -> 포도당이 혈관에 남음 -> 고혈당(당뇨).

그렇다면 세포는 왜 문을 안 열어줄까요? 바로 세포 문틈에 기름때(지방산)가 끼어 신호 전달 체계가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2. 지방의 두 얼굴: 피하지방 vs 이소성 지방

모든 지방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지방이 어디에 쌓이느냐가 당뇨 발병의 핵심입니다.

구분피하 지방 (Subcutaneous Fat)이소성 지방 (Ectopic Fat)
저장 위치피부 바로 아래 (팔뚝, 허벅지, 뱃가죽)장기 내부 (간, 췌장, 심장, 근육)
역할에너지 저장고, 체온 유지세포 독성 유발, 염증 물질 분비
인슐린 영향비교적 적음 (안전한 창고)매우 큼 (인슐린 저항성의 주범)
위험도미용상의 문제 (비만)생명 직결 (당뇨, 지방간, 심장병)
특징천천히 빠짐식단 조절 시 가장 먼저 빠짐

3. 췌장암보다 무서운 ‘췌장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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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형 당뇨병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영국 뉴캐슬 대학 로이 테일러 교수의 트윈 사이클 가설(Twin Cycle Hypothesis)입니다. 지방이 간과 췌장을 오가며 악순환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1. 1단계 (지방간): 탄수화물 과잉으로 잉여 에너지가 생기면 간에 지방이 쌓입니다. 간은 인슐린 말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포도당을 뿜어냅니다(공복 혈당 상승).
  2. 2단계 (지방 췌장): 간이 꽉 차면 지방을 혈액으로 내보내고, 이 지방이 췌장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3. 3단계 (베타세포 파괴): 췌장 속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공장인 베타세포에 지방이 끼면, 베타세포는 독성 때문에 기능을 멈추거나 사멸합니다. 이것이 바로 당뇨병의 시작입니다.

4. 마른 당뇨의 비밀: 개인 지방 한계점 (Personal Fat Threshold)

“나는 날씬한데 왜 췌장에 지방이 꼈죠?”

사람마다 피하지방(뱃살)에 지방을 저장할 수 있는 그릇의 크기가 다릅니다. 서양인은 이 그릇이 커서 엄청난 비만이 되어도 당뇨가 잘 안 오지만,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이 그릇이 작습니다.

조금만 살이 쪄도 피하지방 그릇이 넘쳐버리고, 그 잉여 지방이 곧바로 췌장과 간 같은 내장기관으로 넘쳐흐르는(Spill-over) 것입니다. 그래서 겉보기엔 말랐어도 췌장은 지방에 질식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5. 해결책: 이소성 지방 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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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은, 내장과 췌장에 낀 이소성 지방은 피하지방보다 에너지로 동원되기 쉬워 가장 먼저 빠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1. 체중의 10% 감량: 현재 체중의 10~15%를 감량하면 췌장 내 지방 함량이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어 베타세포가 다시 깨어날 수 있습니다.
  2. 단백질 위주 식사: 근육은 유지하고 지방만 빼야 합니다.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세요.
  3. 저녁 단식 (공복 유지): 지방을 태우려면 인슐린 수치가 바닥을 쳐야 합니다. 저녁 7시 이후 금식하여 최소 12시간 이상의 공복을 유지하면 간과 췌장의 지방부터 에너지로 끌어다 씁니다.

6. 자주 하는 질문(FAQ)

Q1.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베타세포가 쉬나요?

네, 초기 당뇨 환자에게 인슐린을 투여하면, 지쳐있던 베타세포가 휴식을 취하게 되어 기능이 일부 회복되기도 합니다. 무조건 인슐린을 거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Q2. 지방간만 없애도 당뇨가 좋아지나요?

매우 그렇습니다. 지방간은 당뇨로 가는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입니다. 지방간을 개선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획기적으로 낮아집니다.

Q3. 마른 사람은 어떻게 빼나요?

마른 당뇨인은 체중 감량보다 근육량 증가와 내장 지방 감소가 목표입니다. 체중계 숫자보다는 허리둘레를 줄이고 허벅지 근육을 늘려야 합니다.

7. 출처

  1. 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 Roy Taylor, “Type 2 diabetes: etiology and reversibility” (트윈 사이클 가설 연구)
  2. 대한당뇨병학회(KDA): 당뇨병 진료지침 2023 –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관리
  3. Nature Reviews Endocrinology: 베타세포 부전과 지방 독성(Lipotoxicity)
  4.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인슐린 저항성의 정의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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