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폐암의 40%는 ‘EGFR 변이’, 먹는 항암제(타그리소)의 효과

“폐암 4기입니다. 하지만 수술 대신 알약을 드시면 됩니다.”

믿기 힘든 말이지만 현실입니다. 서양인 폐암 환자의 EGFR 변이율은 15%에 불과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 폐암 환자(특히 비흡연 여성 선암)의 약 40~50%는 이 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행 중 천만다행입니다. 이 변이가 있다는 것은 암세포의 스위치를 끄는 특효약(표적치료제)이 존재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빠지는 주사 대신 집에서 먹는 알약이 어떻게 폐암을 억제하는지 알아봅니다.

1. EGFR 변이: 고장 난 성장 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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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은 원래 우리 몸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세포를 자라게 하는 착한 신호등입니다. 그런데 이 신호등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스위치가 꺼지지 않고 계속 켜져 있는 상태(Always ON)가 됩니다.

  • 정상: 필요할 때만 세포 분열 신호를 보냄.
  • 변이(암): 24시간 내내 “자라라! 분열해라!” 신호를 미친 듯이 보내 암덩어리를 만듭니다.

표적치료제는 바로 이 고장 난 스위치에 딱 달라붙어 신호를 차단해 버리는 약입니다. 신호가 끊긴 암세포는 굶어 죽게 됩니다.

2. 3세대 치료제의 혁명: 타그리소 & 렉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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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세대(이레사, 타세바), 2세대(지오트립) 약물도 훌륭했지만, 두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성뇌 전이입니다. 이를 극복한 것이 3세대 약물입니다.

  • 뇌 투과율: 폐암은 뇌로 전이가 잘 되는데, 뇌에는 약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뇌혈관 장벽(BBB)이 있습니다. 1, 2세대 약은 이 벽을 못 뚫었지만, 3세대 약물(타그리소, 렉라자)은 이 벽을 통과해 뇌에 있는 암세포까지 공격합니다.
  • 내성 극복: 1, 2세대 약을 쓰다 보면 약 1년 뒤에 약발이 안 듣는 T790M이라는 내성 돌연변이가 생깁니다. 3세대 약은 이 내성까지 잡도록 설계되었습니다.

3. 항암제 세대별 비교 분석

왜 의사들이 3세대를 1차 치료제로 권장하는지 표로 비교해 봅니다.

구분1세대/2세대 (이레사, 지오트립 등)3세대 (타그리소, 렉라자)일반 화학항암제 (주사)
제형경구용 (알약)경구용 (알약)주사제 (링거)
타깃EGFR 변이EGFR 변이 + T790M 내성빠르게 자라는 모든 세포
뇌 전이 효과약함강함 (뇌혈관 장벽 통과)약함
주요 부작용피부 발진, 설사, 손발톱 주위염비교적 적음 (발진, 설사 등)탈모, 구토, 백혈구 감소
무진행 생존기간약 10~12개월약 19~24개월 (2배 연장)약 6개월

4. 2024년의 기적: 건강보험 급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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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는 한 달 약값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가 약물이라, 과거에는 1차 치료(진단받자마자 바로 쓰는 것)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 1월부터 타그리소와 렉라자 모두 1차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었습니다.

  • 과거: 연간 약 7,000만 원 본인 부담 (비급여)
  • 현재: 연간 약 350만 원 내외 (산정특례 적용 시 5% 부담)

이제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것이 한국 폐암 환자들에게 축복인 이유입니다.

5. 자주 하는 질문(FAQ)

Q1. 모든 폐암 환자가 먹을 수 있나요?

아닙니다. 반드시 조직 검사나 혈액 검사를 통해 EGFR 유전자 변이 양성 판정을 받아야만 효과가 있고 보험도 적용됩니다. 변이가 없는 환자가 먹으면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겪습니다.

Q2. 평생 먹어야 하나요? 내성은 안 생기나요?

안타깝게도 3세대 약물도 평균 2년 정도 쓰면 암세포가 또다시 모양을 바꿔 내성(C797S 등)이 생깁니다. 내성이 생기면 4세대 약물 임상시험에 참여하거나, 다시 일반 화학항암제 주사 치료로 넘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부작용 없이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득입니다.

Q3. 부작용은 전혀 없나요?

일반 항암제처럼 머리가 빠지지는 않지만, 피부 건조, 여드름 같은 발진, 잦은 설사, 손톱 주변이 붓고 곪는 증상이 흔합니다. 증상이 심하면 약 용량을 줄이거나 피부과 약을 병행하여 조절할 수 있습니다.

6. 출처

  1.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4년 암환자에게 처방·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2.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타그리소(Osimertinib)의 1차 치료 효과 연구 (FLAURA Trial)
  3. 대한폐암학회 폐암 진료지침: 비소세포폐암의 전신 치료
  4. 국가암정보센터 폐암의 약물 요법 (표적치료제)
  5. Journal of Thoracic Oncology: 렉라자(Lazertinib)의 임상 효과 및 안전성 (LASER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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